씨름은 모래판에서 하라

역대 천하장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1/24 [15:40]

씨름은 모래판에서 하라

역대 천하장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김수현 기자 | 입력 : 2019/11/24 [15:40]

 

▲ 김수현 편집국장 

'씨름'하면 보통 샅바를 잡고 하는 '전통씨름'을 말하지만, 세상속에서 성격이 사뭇 다른 의미를 빗대서 말하기도 하는데...

 

다른 의미의 씨름에 몇가지가 있다. 정치인들이 하는 입씨름 말씨름이 있고, 뭇사람들끼 억지나 우김으로 상대방을 이겨먹으려는 말장난도 그들간에는 머리씨름이라 하겠지만, 이러한 행동을 통털어 '무엇과 씨름을 한다'고들 한다.

 

몇해 전 시립합창단 지휘자인 후배가 합창제를 앞두고 자신의 스토리에 악보사진을 올리고 "합창제 선곡하느라 잠을 못잤다"고 해서 댓글에 "지휘자는 악보와 씨름을 하는군" 이라고 쓴적이 있다. 이 또한 씨름이라 말할 수 있다.

 

영화 록키 시리즈 중에서 타이틀전 조인식 후 기념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신경전이 붉어져 주먹이 오가는 난투극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규정을 어긴 비신사적인 행위다.

권투계를 보더라도 지나친 승부욕과 과욕이 장외 경기로 이어져 본경기를 망치거나 계약이 파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씨름에 대해 알아 보자.

우리나라의 씨름은 고구려 무덤의 벽화에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을만큼 이미 고대사회 때부터 성행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투기로 시작해 조선시대에는 점차 마을과 마을의 대항전이나 풍년을 기원하는 숙원행사로 단오절 씨름놀이 등 연례적인 대규모 축제의 형식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후 씨름은 1927'조선씨름협회'가 창설돼 '전조선씨름대회'가 개최되면서 현대적인 경기로 발전하면서 1947년 조선씨름협회는 '대한씨름협회'로 개칭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민속씨름위원회'가 출범해 그 첫 대회로 1983414일 한국방송공사와 제1회 천하장사 씨름대회를 공동 주최하면서 현대의 씨름을 구가하게 됐다.

 

 

이날 천하장사대회 결승전에서 약관 신예 이만기가 모래판의 여우 최욱진을 제압하고 초대 천하장사에 등극하면서 민속씨름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 9시 뉴스를 미루며 중계할 정도의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그 외 백두장사, 한라장사, 태백장사, 금강장사 결정전이 있지만. 국민의 관심은 천하장사 였다. 당시 이만기는 손상주와 같은 한라급에서 결승에 올라 천하장사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당시 이만기와 대적할만한 선수로는 백두급에선 홍현욱, 이준희, 이봉걸, 황대웅, 한라급엔 고경철, 손상주 외에는 딱히 없었고, 이만기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 신예 강호 19세 강호동이 등장하면서 모래판의 판세가 술렁거리기도 했다.

 

이만기를 꺽고 천하장사를 차지하면서 모래판의 판도가 바뀌기는 했지만, "예의가 없다, 매너가 없다"는 등 루머가 생기기도 했는데, 강호동은 모래판의 태풍과 같은 존재감을 구가했다.

 

천하장사 다섯번을 한 강호동은 예능프로 단막극에 포동이로 출연하면서 개그맨 이경규의 권유와 후원에 힘입어 천하장사 출신 예능프로 첫진행자로 거듭났다.

 

그런데...지금의 모래판은 어떤가.

연중 대회는 꾸준히 치뤄지고 있지만, 80년대 기라성 같던 민속씨름 천하장사들은 하나 같이 씨름과 무관한 어디론가 다른 길로 가고 있거나 방송인으로 진로를 바꾸기도 하고, 예체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씨름과는 다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민속씨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편, 민속씨름판에서 화려한 경력이나 천하장사는 하지 못했지만 뼛속부터 씨름인인 사람도 있다.

한 씨름단의 감독을 맡아 부임 3년만에 창단 20여년 동안 이룬 것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냈다면 상상이 되는가.

 

씨름단 지원이 넉넉지 않아 사비를 털어 선수들 뒷바라지를 하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승용차를 승합차 2대와 맞바꿔 선수들이 편하게 다니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감독이 대한민국에 단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씨름계에 이런 감독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감독과 같이 씨름하는 선수들은 하나 같이 "감독님을 존경한다. 끝까지 같이 하고 싶다"고입을 모은다. 이 같은 감독을 씨름협회에서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감독은 또 씨름의 세계화를 위해 철저한 개인적 인맥으로 러시아 국제씨름대회에 선수들과 동반 참석하는 등 한국씨름을 알리는데 지대한 공로가 전해지고 있는데, 협회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씨름을 위한 씨름신문을 발행하고자 기반을 닦고 협력자를 기대하고 있는데, 씨름인들의 관심이 미온적이라 안타깝다.

이 일들을 혼자서 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므로 씨름과 모래판은 선후배 관계와 질서가 잘 잡혀있어야 민속씨름의 위상과 대중화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씨름은 신사적인 경기여서 씨름인들도 신사인줄 알았는데, 세간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제보하고, 기사를 내는 등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봤다.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들이 믿고싶은대로 믿는 세상이라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님을 알아주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는 이런 것을 야비한 '판외씨름'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씨름을 해본 사람이거나 관계자라면, 판외에서 말씨름 입씨름을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모래판에서 하라는 것이다.

한솥밥을 먹거나 선후배 관계로 이어져가는 씨름계에서 환경상 돌아섰다고 없는 말들로 공격하는 배은망덕한 사람도 있음을 알게 됐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모래판에 설 수 없다면, 선수시절 또는 코치시절에 보여준 신사정신으로 당당한 씨름을 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스승이거나 선배거나 동료였던 사람에 대해 아닌 것을 그런 것처럼, 보지도 않은 것을 본 것처럼 말해 명예를 훼손시키는 비신사적인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 누군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면 하루빨리 정중히 사과하고 관계가 회복돼야 씨름도 살 것이다.

 

혹시라도 헛소문으로 인해 사실이 아님에도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 팀을 해체하거나 선수들이 씨름을 못하게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씨름을 위해서라도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남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씨름계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70년 국교시절 씨름부를 했던 기억으로 어느 스포츠 보다 씨름을 좋아하고, 민속씨름이 80~90년대처럼 '어게인 국민스포츠'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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