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 고귀한 이름

김수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2/28 [18:03]

아내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 고귀한 이름

김수현 기자 | 입력 : 2019/02/28 [18:03]

 

▲ 김수현 편집국장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아내'란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하며,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다. 반댓말로 남편이 아니라 아내의 상대를 남편이라 해야 한다. 한자로 남의 아내와 남의 남편을 부인(夫人)과 부군(夫君)이라 높여 말하지만 우리말로 '아내'라는 이름은 생각할수록 소중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원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남편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부군'이라고 부를수는 더욱 없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부부간 호칭으로 '여보(어원에는 '여보시오'를 줄인말이라 함)'와 '당신(부부사이에 상대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 함)'라 부르는데, 인터넷 글 중에 보면 '여보(如寶;당신은 보배와 같다)와 당신(當身;당신은 내 몸과 같다)'을 좀 다르게 깊은 의미로 전해지고 있다. 필자는 후자의 의미가 더 맞다는 생각이다.

 

'여보와 당신'은 남편과 아내의 구분없이 서로를 호칭하는 말로서 '부부는 보배와 같고, 내 몸과 같이 아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 간에도 '여보, 당신' 하며 부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세상은 변해도 남녀의 사랑하는 마음은 가슴이 만들어 가는 에쁜 세상인 듯하다.

 

아내 다음으로 어머니란 이름을 듣기만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아내로부터 시작되는 마음의 고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존재를 알게 하는 '아내' 그리고 나를 낳아 키워준 '어머니'란 이름은 가족이 살아가는 형용할 수 없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전적 정의 : 남편의 짝으로서의 여자, 남편은 아내의 짝으로서의 남자


여자는 일생을 살아나가면서 딸·아내·며느리·어머니·시어머니·할머니 등 여러가지의 지위(위치)를 경험하게 된다. 거기에는 독특한 권리와 의무가 따르고, 각기 상응하는 행위규범이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아내'라는 신분은 '남편과 함께 한 쌍의 부부의 한 짝'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관계라는 맥락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부계제이고 남자중심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는 항시 남편에 딸린 제이차적인 사람이거나 심지어는 예속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간주됐다.


그러기에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는 대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남편은 한 가정의 ‘주인’으로, 그리고 아내는 그를 내조해주는 ‘안사람’ 또는 ‘집사람’으로 양자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하여 전통사회의 관념으로는 남편과 아내의 지위가 대등하게 되게끔 아내의 주장이 강화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가정의 균형을 깨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가정의 화합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철저한 예속과 희생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가 결코 대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의 친족호칭체계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아내에 대한 호칭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점은 아내를 직접 부르는 친족용어가 발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보’·‘당신’·‘자기’ 등으로 아내를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친족호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러는 ‘애기엄마’·‘마누라’라고도 부르지만, 이것 역시 아내를 부르는 궁색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임자’라는 호칭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존댓말 또는 반존댓말과 함께 이런 호칭을 사용하면서 약간의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된다. 근래에는 특히 젊은 부부들 사이에 아내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이들도 혼인 후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경향은 줄어든다.


여하튼 이런 경향은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관계지시호칭의 경우에는 아내를 가리키는 다양한 호칭이 있다.

처(妻)·내자(內子)·내권(內眷)·실인(室人)·형처(荊妻)·내상(內相) 등을 비롯해 부인(夫人)·현합(賢閤)·망처(亡妻)·망실(亡室)·가인(家人)·존합(尊閤)·영부인(令夫人)·합부인(閤夫人)·사모님·고현합(故賢閤)·고영부인(故令夫人)·고실(故室)·졸처(拙妻)·세군(細君)·집사람·안댁·마누라·계집·아내·안사람·색시·여편네 등이다.


이것은 자신의 아내를 일컫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아내를 일컫는지, 또는 윗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지 아니면 아랫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지 등의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사용되는 맥락을 몇 가지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아내를 지칭하는 경우

① 생존하고 있는 아내 : 처·내자·내권·졸처·형처·가인·집사람·마누라·아내·안사람·여편네, ② 아내가 사망한 경우 : 망처·망실


(2) 다른 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 경우

(존칭어) ① 생존하고 있는 아내 : 현합·존합·영부인·합부인·세군·사모님, ② 아내가 사망한 경우 : 고영부인·고현합·고실


(3) 다른 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 경우

(비존칭어) ① 생존하고 있는 아내 : 처·내자·실인·내상·부인·아내·안댁·집사람·안사람·마누라·계집·색시·여편네, ② 아내가 사망한 경우 : 망처·망실

 

우리의 친족호칭에서는 누구의 친족원을 지시하거나, 직접 부르는 것인지, 그것이 존댓말로 사용되는 것인지, 그 친족원의 생사 여부 등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내의 경우에도 이런 경향이 잘 반영돼 있다.

이상의 아내에 대한 직접호칭과 관계지시호칭을 비교해보면, 직접호칭은 별로 발달되지 않았으나 관계지시호칭은 비교적 풍부하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또한, 아내에 대한 관계지시호칭에서는 ‘내자’·‘실인’·‘아내’·‘안댁’·‘집사람’·‘안사람’·‘마누라’·‘계집’·‘색시’·‘여편네’ 등과 같이 존댓말의 표현으로 사용되지 않는 호칭이 오히려 더 발달됐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윗사람의 아내를 가리키면서 이런 호칭들을 사용하는 것은 무례한 표현으로 간주된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남편과 아내간의 관계가 아니고 아내를 상대적으로 낮추어보는 남성 또는 남편 중심의 가족제도를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속담에는 아내에 관한 것이 많다. 여기에는 아내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남성중심의 가족제도하에서의 아내는 남편에 대해 종속적이고 예속적인 지위를 감수해야만 하였고, 아내가 똑똑하다든가 주장이 강하다는 것 자체가 가정의 화평에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돼 경계의 대상이 됐다.

 

아래의 속담들은 이런 측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女必從夫]', ‘아내가 남편보다 너무 똑똑해도 집안이 안된다’, ‘아내가 비록 어질지라도 바깥일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아내는 장님이어야 하고 남편은 귀머거리여야 한다’,

‘여편네는 돌아다니면 버리고 그릇은 빌려주면 깨진다’, ‘여편네 벌이는 쥐벌이다’, ‘여편네 소리가 지붕을 넘으면 집안이 망한다’, ‘여편네 팔자는 가락과 같다.’ 이밖에도 ‘여자가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역시 ‘여자’란 아내 또는 부인을 뜻하는 것이었다.

 

위의 속담에서는 어느 경우에도 아내는 남편에게 종속적이어야 하고, 남편의 영역에 간섭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아내의 운명은 남편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역할은 별 것이 아니어서 무시할만한 정도이고, 아내는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여서 마치 그릇을 빌려주면 깨지기 쉽듯이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하면 종속적이고 예속적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정생활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애정을 느끼고 아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혼인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남편이 아내에게 느끼는 애정은 아내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의 행동 일체 및 아내와 관련이 있는 모든 것으로 확대돼 적용된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문설주도 귀엽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쇠말뚝 보고도 절한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지붕에 앉은 까마귀도 귀엽다’, ‘아내가 예쁘면 개죽을 쒀줘도 맛있다고 한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울타리까지도 예쁘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호박꽃도 곱다고 한다.’

 

이 속담들은 표현 그대로는 모두 아내에게 애정을 느끼는 남편의 행동 및 태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빠진 남편을 나무라면서 냉소적으로 이런 속담이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남편이 아내를 너무 귀여워해 감싸준다면 집안꼴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등으로 애정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경고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의 속담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남편을 경멸하는 것들이 적지않다. 즉, 자기 아내를 자랑하는 행동은 무언가 좀 모자라는 사람의 짓이라든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식이다.

 

‘아내 자랑은 반놈이나 한다’, ‘아내 자랑하는 놈 치고 변변한 놈 없다’, ‘아내 자랑하는 놈은 팔불출(八不出)의 하나다.’ 여기서도 역시 남편과 아내간의 관계를 대등한 것으로 간주하기를 거부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자신의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 아내에 대해 이 정도의 심한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편, 전통사회에서는 아내의 남편에 대한 예속적인 지위를 당연시한 나머지, 아내의 행동은 남편에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리하여 남편은 아내를 잘 다스려야 하고, 이런 행동양식은 아예 신혼초부터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속담들은 이런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는 남편 손에 달렸다’, ‘아내와 집은 가꿀 탓이다’, ‘아내는 처음 시집와서 잘 가르쳐야 한다’, ‘아내는 다홍치마 때 길들여야 하고, 자식은 열 살 안에 길들여야 한다’,

 

‘아내는 다홍치마 적에 가르치랬다.’ 이런 속담들은 아내를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하기보다는 남편이 어떻게 가르치고 길들이는지에 따라 아내의 행동이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것이고, 또한 이를 위해 신혼초부터 아내에 대한 고삐를 졸라매야 한다는 식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속담들과는 달리 아내가 남편의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 어떤 성격의 아내를 만나는지에 따라 남편의 운명이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속담도 적지 않다.

‘아내의 행실이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어진다’, ‘아내가 착해야 남편도 착하게 된다’, ‘아내 잘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아내 잘 만나면 평생 복이다’, ‘된장 신 것은 일년 원수요, 아내 못된 건 평생 원수다’, ‘아내를 잘못 얻으면 대들보가 부러진다’, ‘여편네 잘못 만나면 백년 원수다’, ‘여편네 잘못 얻으면 등골 빠진다’, ‘여편네가 활수(물건을 아끼지 않고 씀)면 벌어들여도 시루에 물 붓기다.’

 

이런 속담들은 모두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가계의 운영에서 아내의 구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다른 것이라면 혹시 잘못된 경우 대체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아내의 경우에는 한번 잘못 만나게 되면 일생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으로 그만큼 아내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결국 남편과 아내는 일생의 반려자로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임은 당연한 것이고, 두 사람은 결코 독립적인 개체일 수가 없다.

아무리 자신의 아내에게 군림하는 남편일지라도 아내의 조언과 견해를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리는 독선적인 남편의 행동은 화를 자초할지도 모른다.

 

다음의 속담들에는 이런 교훈이 담겨 있다. ‘아내의 말도 들어야 할 말은 들어야 한다’, ‘아내 말을 안 들으면 망신하고, 잘 들으면 남을 도둑 만든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패가하고, 안 들으면 망신한다’, ‘여편네 말 잘못 듣다가는 남의 여편네 도둑년 만든다.’

 

위의 사례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하나의 흥미 있는 교훈은 아내의 조언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적이어서는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러는 아내 말을 너무 잘 들어 화를 입은 경우를 두고 ‘귀가 너무 얇아서’ 그런 일을 당하였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속담들은 남편과 아내 사이는 너무 가까워도 탈이고, 또 너무 멀리해도 안되는 등 절도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상으로 우리는 친족호칭과 속담을 통해 전통사회에서의 아내의 지위 및 성격에 대해서 알아봤다. 전통사회에서의 아내는 남성 중심의 부계가족제도와 관련하여 이해돼야 할 것이다. 이 제도의 기초는 우리의 전통적인 농경생활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가족제도의 기초가 되는 생활양식에 현저한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참여가 활발해졌으며, 따라서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이와 함께 가족생활에서도 아내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 및 태도에 있어서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하겠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 전통적인 틀이 뿌리깊이 남아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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